국제유가 전망, 지금 어디까지 올랐나
올해 초만 해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60~70달러대의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이란이 즉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망에 직격탄이 날아들었습니다.
그 후 유가는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4월에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어서더니, 4월 29일에는 배럴당 118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 이후 약 4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WTI도 같은 날 배럴당 106달러를 웃돌았습니다. 국내 주유소 상황도 달라졌습니다. 5월 첫째 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011원, 서울은 2051원을 기록하며 6주 연속 상승 중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올랐을까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분쟁이 전 세계 원유 공급에서 하루 약 1400만 배럴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시장에서 사라진 원유 공급량이 500억 달러를 넘는다는 로이터의 분석도 나왔습니다. 물건은 필요한데 배송이 막혀버린 상황,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유가가 이렇게 요동치는 진짜 이유
유가가 하루하루 크게 출렁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협상 기대감과 충돌 우려가 번갈아가며 시장을 흔들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한마디 하면 유가는 7~8% 뚝 떨어지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교전이 벌어지거나 협상 결렬 소식이 나오면 다시 6% 이상 급등하는 식입니다.
4월 17일에는 이란 외무장관이 소셜미디어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한다"고 선언하면서 브렌트유가 하루 만에 8.5%, WTI는 11% 넘게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잠깐이었지만 브렌트유가 90달러대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러다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지자 유가는 또 반등했습니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 상황을 "어떤 헤드라인을 보더라도 항상 반대되는 내용이 존재한다"고 표현했습니다. 협상과 충돌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 복잡한 구도에서 유가 예측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태입니다. 트레이더들이 외교에 대한 기대와 추가 격화 위험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3월 말에 2026년 브렌트유 연평균 전망치를 종전 98달러에서 110달러로 대폭 끌어올렸습니다. 모건스탠리는 2분기 평균 배럴당 110달러, 3분기 100달러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월가 전체가 올해 유가 전망을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겁니다.
시나리오별 유가 전망, 어디까지 오를 수 있나
앞으로 유가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사실 딱 하나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협상을 타결하느냐입니다.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협상이 빠르게 타결되는 경우라면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면서 유가는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4월 중순 이란의 '전면 개방' 선언 당시 브렌트유가 하루 만에 90달러대로 떨어진 사례를 보면, 타결 소식이 나오는 순간 80~90달러대로 빠르게 내려올 수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이 끝나더라도 물가가 정상화되기까지 최소 6개월은 걸린다"고 지적합니다. 유가가 내려와도 실생활에서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입니다.
현재처럼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경우에는 100~120달러 선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 구간에서 2분기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협상 기대감에 잠깐 내려갔다가 충돌 소식에 다시 오르는 출렁임이 반복될 것입니다.
충돌이 격화되거나 협상이 장기간 결렬되는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골드만삭스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배럴당 140
16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170
200달러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이란의 원유 수출 차질이 하루 150~170만 배럴 수준이고, OPEC+의 예비 생산 능력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걸프 연안 국가의 석유 시설까지 피해를 입는다면 상황은 한층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지갑에 직접 오는 영향들
국제유가 이야기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 파고들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주유소 기름값입니다. 국제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약 60~70원가량 오르는 구조입니다.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이 리터당 2011원인데, 정부가 최고가격제로 억제하지 않았다면 리터당 2200원까지 올랐을 것이라는 산업부 분석이 나왔습니다. 경유는 2500원대까지 갔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류비 상승도 심각합니다. 화물차와 택배, 버스, 항공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같은 제조업체들도 컨퍼런스콜에서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물류비 부담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이 비용은 결국 제품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
소비자물가도 이미 반응하고 있습니다. 5월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연내 최대 2회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기름값이 오르면 대출 이자도 오를 수 있는 상황인 겁니다.
한국의 원유 수입 구조가 중동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취약점입니다. 전체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옵니다. 정부는 5~7월 사우디, 미국, UAE 등에서 2억 1천만 배럴을 확보하고 비중동 원유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이는 응급 수급 대책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봉쇄가 이어진다면 이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 유가 향방을 결정지을 변수들
결국 유가는 세 가지 핵심 변수에 달려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미국-이란 협상의 향방입니다. 지금 협상은 핵 프로그램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있습니다. 트럼프가 "협상이 타결되면 유가는 폭락할 것"이라고 직접 말한 만큼, 협상 진전 소식은 유가 하락의 가장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겁니다. 반대로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고 군사 충돌이 격화된다면, 유가는 다시 급등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미국 셰일 생산과 전략비축유(SPR) 방출입니다. 고유가에 자극받은 미국 비OPEC 산유국들의 증산 속도와, IEA 회원국들이 보유한 약 82억 배럴 규모의 전략 재고가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풀리느냐가 유가 상승을 제한하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중국의 움직임입니다. 이란의 핵심 우호국인 중국이 협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에도 이란을 설득해 해협을 열라는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 당장 예측 가능한 건 하나입니다. 호르무즈 봉쇄가 계속되는 한, 유가는 100달러 이하로 내려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70~80달러 선의 안정적인 박스권 시대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동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에너지 비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번 유가 상승은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닙니다. 주유소 기름값부터 장바구니 물가, 대출 금리까지 연결된 구조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테이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 전반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중동 뉴스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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