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조선 호르무즈 두 번째 통과, 이번엔 몰래 빠져나갔다
일본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두 번째로 통과했습니다. 지난달엔 이란 허가를 받았지만 이번엔 위치추적기를 끄고 암행 통과입니다. 달라진 방식이 의미하는 것을 정리했습니다.
또 뚫렸다, 이번엔 190만 배럴
일본 관련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또 빠져나왔습니다. 19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채로요. 지난달 4월 28일 이데미쓰흥산 소속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이데미쓰마루호가 전쟁 후 일본 유조선으로는 처음으로 호르무즈를 통과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일본 해운사 상선미쓰이 관련 선박인데요.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상은 걸프 해역에 묶여 있던 일본 관련 선박 45척 중 이번에 추가로 해협을 빠져나왔다고 확인했습니다.
연달아 나오는 통과 소식에 "이제 호르무즈가 뚫리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근데 이번 통과는 지난달과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게 이번 뉴스의 진짜 포인트예요.
지난달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 허가 vs 암행
4월 말 이데미쓰마루호의 첫 번째 통과는 이란의 허가를 받은 공식 통과였습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가 직접 "이란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고, 주일 이란대사관도 SNS에 "이란과 일본의 역사적 우호 관계가 이번 해협 통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글을 올렸을 정도였어요. 일본 정부도 "일본 정부가 협상한 결과"라고 공식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이란이 눈감아준 통과였던 거죠.
근데 이번엔 다릅니다. 선박 위치와 항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통과했습니다. 이란 허가 없이 몰래 빠져나간 '암행 통과'예요. 이란 입장에서는 사실상 봉쇄를 무력화당한 셈이고, 이게 반복되면 호르무즈 봉쇄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는 겁니다.
이란의 봉쇄 능력,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 흐름은 일본 선박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 5월 10일에는 원유 200만 배럴씩 실은 초대형 유조선 두 척이 역시 AIS를 끈 채 호르무즈를 통과했습니다.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 계열 선박 바스라에너지도 앞서 같은 방식으로 해협을 빠져나갔고요. 이 중 한 척은 4월에 두 차례 통과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는데, 세 번째 시도에서 결국 성공했습니다.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합니다. 이란과 협의 없이 걸프만을 빠져나온 선박이 지난 3월엔 4척에 불과했는데, 5월 들어서만 9척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원유 재고 부족이 심화하면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돌파에 나서는 선박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어요. 이란이 드론과 소형 함정으로 선박을 저지해왔는데, 이 방식이 점점 통하지 않게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란이 뒤늦게 소형 잠수함까지 배치하며 통제 강화에 나섰지만, 이미 뚫리는 사례가 쌓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이 이란과 특별한 관계인 이유
이데미쓰마루호의 첫 번째 통과에서 이란이 일본 선박만 허가해준 배경이 궁금하셨던 분들도 있을 겁니다. 여기엔 70년이 넘은 역사가 있어요.
1953년 닛쇼마루호 사건이 그 출발점입니다. 당시 이란은 석유시설 국유화 조치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이었는데, 일본이 이란 석유를 비밀리에 수입하기 위해 닛쇼마루호를 보냈습니다. 서방 국가들의 압박을 무시하고 이란 편에 선 셈이었죠. 이란은 그 사건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고, 주일 이란대사관이 이번 이데미쓰마루 통과 직후 닛쇼마루호를 언급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미국·유럽과의 갈등 속에서도 일본과는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외교적 역사가 쌓여 있는 겁니다.
다만 이번 두 번째 통과는 그 우호 관계와 무관하게 이란 몰래 이뤄진 거라 상황이 다릅니다. 이란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에요.
이게 호르무즈 정상화의 신호일까
연달아 터지는 통과 소식에 시장은 조금씩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호르무즈가 완전히 열렸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요. 공식 봉쇄 해제 선언은 아직 없고, 이란은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봉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거든요.
결국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봉쇄 해제'가 아니라 '봉쇄 무력화'에 가깝습니다. 이란이 막으려 해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는 거예요. 이 흐름이 이어지면 이란의 협상 레버리지가 약해지고, 미·이란 종전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호르무즈 봉쇄가 효력을 잃어가는 속도,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핵심 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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