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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이슈

이란의 400만 배럴 유조선, 미국 봉쇄 뚫고 호르무즈 해협 통과

by 나도박사 2026. 4. 28.

이란의 400만 배럴 유조선, 미국 봉쇄 뚫고 호르무즈 해협 통과 - 그림자 함대의 놀라운 밀수 작전

미국이 이란을 완전 봉쇄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은 "이란 경제가 곧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봉쇄 선언 직후부터 이란은 적어도 4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조용히 팔아치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봉쇄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숫자가 말해줍니다

트럼프는 전쟁 개시와 함께 "이란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완전 봉쇄를 유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란의 숨통을 조여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런데 해운 데이터 분석사 로이즈 리스트 인텔리전스는 봉쇄 선언 직후 단 일주일 만에 이란 유조선 최소 26척이 봉쇄선을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제재감시단체 UANI는 올해 1월부터 4월 21일 사이에만 말레이시아 앞바다 특정 해역에서 250건 이상의 선박 간 원유 이전이 이뤄졌다고 추적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란이 수년간 조용히 구축해온 시스템 때문입니다. 바로 그림자 함대입니다. 공식적인 해운 시스템이 모두 막힌 이란은 노후화된 선박, 불투명한 소유 구조, 불량한 보험 기록을 가진 유조선들을 끌어모아 이 함대를 구성했습니다. 대부분은 한 번에 최대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입니다. 에너지 데이터사 Vortexa에 따르면 이란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2월 기준 이미 바다 위에 1억 9,100만 배럴을 비축해두고 있었습니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긴 지금, 이란산 원유는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약 10달러 싸게 팔립니다. 90달러짜리 원유를 원하는 구매자는 언제나 있는 겁니다.


어떻게 눈을 피하는가, 이란의 밀수 기술이 놀랍습니다

이 시스템이 작동하는 데는 몇 가지 핵심 기술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AIS 조작입니다. AIS는 모든 선박이 국제법상 반드시 켜두어야 하는 자동선박식별장치입니다. 이란 유조선들은 이란 항구에서 원유를 싣고 출발할 때 자동선박식별장치를 끄고, 한참 후 전혀 다른 위치에서 다시 켭니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를 지났는지 추적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두 번째는 선박 신원 세탁입니다. 이란 유조선들은 정기적으로 선박 이름, 등록 국가, 선박 소유주를 바꿔가며 정체를 숨깁니다. 서류상으로는 이란과 전혀 관계없는 민간 상업 선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국제해사기구(IMO)가 부여하는 선박 고유번호는 절대 바꿀 수 없습니다. 결국 이 번호가 미국이 배를 추적한 핵심 단서가 됐습니다.

세 번째가 가장 핵심입니다. 말레이시아 동쪽 해안에서 약 60해리 떨어진 바다, EOPL이라 불리는 해역입니다. 싱가포르 마천루에서 불과 100km 거리인데, 공식적으로 정의된 구역도 아니고 특정 국가의 관할권도 애매합니다. 이 법의 사각지대에 이란 유조선들이 닻을 내리고 자동선박식별장치를 끈 채 대기합니다. 다른 유조선이 접근하면 선박 간 원유 이전을 하는 겁니다. 이 순간 이란산 원유는 출처 불명 원유로 둔갑합니다. 목적지는 대부분 중국입니다.


MT 티파니, 그림자 함대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

MT 티파니는 이 모든 기술을 총동원한 전형적인 그림자 함대 선박이었습니다.

지난 1년간 이 배는 이란과 말레이시아 근처 EOPL 해역 사이를 수차례 왕복했습니다. 이란 카르그 섬 원유 터미널에서 원유를 싣고 AIS를 끈 채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EOPL에서 다른 배에 원유를 넘기고 다시 이란으로 돌아가는 패턴을 반복했습니다. 2025년 8월에는 EOPL에서 원유를 옮기는 장면이 유럽우주국 위성 사진에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CNN이 위성 영상을 분석해 4월 6일 티파니가 이란 카르그 섬 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자동선박식별장치가 꺼진 상태였지만 위성 레이더는 배를 잡아냈습니다. 4월 10일, 티파니는 자동선박식별장치를 켜고 싱가포르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4월 21일, 스리랑카를 지나던 배가 갑자기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직각으로 남쪽 방향 급선회, 다시 직각으로 동쪽 급선회. 미군의 추적을 따돌리려는 마지막 시도였습니다. 그 직후 미 해군 헬리콥터가 상공을 맴돌았고, 해병대가 하강했습니다. 19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실린 MT 티파니는 그렇게 나포됐습니다.


AIS(자동선박식별장치)를 꺼도 위성은 봅니다, 미국이 잡은 방법

티파니가 자동선박식별장치를 껐는데 미국이 어떻게 위치를 파악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답은 위성 기술의 발전에 있습니다. 유럽우주국의 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은 자동선박식별장치를 끈 선박도 레이더 신호로 탐지할 수 있습니다. 흐린 날씨도, 야간도 문제없습니다. 선박이 아무리 조용히 움직여도 레이더에는 물체로 잡힙니다. 이란이 " 자동선박식별장치를 끄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사이,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눈은 계속 작동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것이 이번 전쟁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측면입니다. 러시아·중국 위성이 미군 기지를 정밀 감시한 것처럼, 미국과 유럽 위성도 이란 그림자 함대를 하나하나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바다 위의 밀수 작전이 우주에서의 정보전과 맞닿아 있는 셈입니다. 미국은 티파니에 이어 MT 마제스틱 X도 사흘 뒤 추가로 나포했습니다.


봉쇄는 실패한 건가,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숫자만 보면 봉쇄가 실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26척이 봉쇄선을 돌파했고, 250건의 원유 이전이 이뤄졌으며, 이란은 전쟁 중에도 중국에 하루 평균 110만 배럴을 수출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더 복잡한 그림을 봅니다. 워싱턴 인스티튜트의 나디미는 "이란이 버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봉쇄는 빠른 항복을 이끌어내는 무기가 아니라, 천천히 조이는 압박의 무기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전쟁 전 대비 크게 줄었습니다. 이란 리알화는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심각한 물자 부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림자 함대 선박들은 하나둘씩 나포되면서 전체 규모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하늘과 바다에서만 벌어지지 않습니다. 말레이시아 앞바다 어느 조용한 해역에서, 이름도 낯선 낡은 유조선들이 AIS를 끄고 조용히 원유를 옮기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화려한 마천루에서 100km도 안 되는 거리에서입니다. 이란은 수십 년간의 제재 속에서 이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완성했습니다. MT 티파니 한 척이 잡혔습니다. 하지만 그림자 함대는 아직 수십 척이 바다 위를 떠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에서는 위성이 그 배들을 하나씩 세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CNN (2026.04.26~27) / Al Jazeera (2026.04.21) / Lloyd's List Intelligence (2026.04) / UANI (2026.04) / MarineTraffic 데이터 / 유럽우주국 SAR 위성 영상 / Washington Institute for Near East Policy / Kpler·Vortexa 에너지 데이터 / 미국 국방부 공식 성명 (202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