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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이슈

전쟁 중인 이란을 월드컵에서 퇴출하라?

by 나도박사 2026. 4. 26.

전쟁 중인 이란을 월드컵에서 퇴출하라, 트럼프 특사의 FIFA 압박 사건 전말

예선전에서 탈락한 나라가 전쟁을 이유로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 행정부의 특사가 실제로 FIFA에 이런 요청을 했습니다. 이란 대신 이탈리아를 2026 월드컵에 넣어달라고요. 스포츠 역사상 유례없는 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보겠습니다.


사건의 시작, FT 단독 보도로 드러났습니다

2026년 4월 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단독 보도를 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파올로 잠폴리가 FIFA 회장 잔니 인판티노에게 직접 연락해 이런 요청을 했다는 겁니다. "이란을 2026 월드컵에서 빼고 그 자리에 이탈리아를 넣어달라." 잠폴리는 FT에 직접 확인해줬습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FIFA 회장 인판티노에게 이탈리아가 이란을 대체해야 한다고 제안했음을 확인한다. 나는 이탈리아 태생이고,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아주리를 보는 것은 꿈이었다."

황당한 주장입니다. 이탈리아는 예선전에서 탈락했습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플레이오프 승부차기에서 져서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나라입니다. 이란은 정상적인 예선 과정을 거쳐 4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한 나라입니다. 근데 이 요청이 더 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잠폴리의 정체 때문입니다. 그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소셜라이트이자 전직 모델 에이전트입니다. 트럼프에게 현재 부인 멜라니아를 소개해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공식 직함은 "글로벌 파트너십 특사"입니다. 월드컵이나 이탈리아 축구와는 아무 공식적 연관이 없습니다.


왜 지금 이 요청이 나왔나, 숨겨진 배경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황당해 보이지만, 이 제안에는 여러 배경이 겹쳐 있습니다.

첫 번째 배경은 전쟁 중인 이란의 미국 입국 문제입니다. 2026 FIFA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 공동 개최입니다. 이란의 조별 예선 경기 3경기는 모두 미국에서 열립니다. 문제는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 선수단이 어떻게 미국 땅을 밟느냐는 겁니다. 이란 축구협회는 이미 FIFA에 자국 경기를 미국에서 멕시코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두 번째 배경은 트럼프와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의 갈등입니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교황 레오 14세를 공개 비판했습니다. 가톨릭 신자인 멜로니는 "교황에 대한 비판은 용납할 수 없다"고 트럼프에게 맞섰습니다. 트럼프는 이탈리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녀에게 용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틀렸다"고 직격했습니다. 결국 이 제안은 멜로니와의 관계를 봉합하려는 트럼프식 선물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세 번째 배경으로는 이란 전쟁을 정당화하는 서사를 스포츠 무대로까지 확장하려는 의도도 읽힙니다.


각국의 반응, 이탈리아조차 "사양합니다"

이탈리아 스포츠 장관은 이 제안을 즉각 일축했습니다. 이탈리아 팬들과 언론의 반응은 당혹감과 무관심이 섞였습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감독 잔니 데 비아시는 로이터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제안은 현실성이 없다. 이탈리아는 이 문제에 트럼프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FIFA는 인판티노 회장의 기존 발언을 다시 인용하며 일축했습니다. "이란 팀은 반드시 올 것이다. 이란은 자국 국민을 대표하기 위해 와야 한다. 스포츠는 정치 밖에 있어야 한다." 인판티노는 터키에서 열린 이란 대표팀 훈련 캠프를 직접 방문해 "모든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재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대회 참가를 위한 모든 필요한 준비가 확보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란 대표팀은 현재 터키에서 훈련 캠프를 운영 중이며, 6월 10일까지 애리조나 훈련 캠프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선수협회장 다비드 아간소도 한마디 했습니다. "월드컵에 가고 싶은 사람들은 스포츠적 실력으로 자리를 얻어야 한다."


FIFA 규정상 실제로 가능할까?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론 극히 어렵습니다.

FIFA 규정 6조에 따르면 팀이 탈퇴하거나 제명될 경우 대체 팀을 선택할 단독 재량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이란은 자격이 박탈된 게 아니라 참가 의사가 있습니다. FIFA가 일방적으로 퇴출시키려면 명확한 규정 위반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란이 빠진다면 FIFA는 대륙 간 균형을 위해 이탈리아가 아닌 아시아 팀으로 대체하는 것을 선호할 겁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아랍에미리트입니다. 무엇보다 FIFA 헌장은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이유로 한 국가를 퇴출하는 것은 이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이 소동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이란 선수들입니다. 이란 대표팀은 국제 축구에서 꾸준히 실력을 인정받아왔습니다.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성과입니다. 트럼프조차 "미국은 이란 선수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전쟁을 벌이는 사이, 그 나라 선수들이 4년간 흘린 땀이 하루아침에 무효가 될 위기에 처한 겁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 스포츠도 전쟁의 무기가 됐습니다

월드컵은 지금껏 정치적 압박의 대상이 돼왔습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보이콧, 2022년 러시아의 각종 국제대회 퇴출 등이 선례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결이 다릅니다. 단순한 보이콧이나 제재가 아니라, 예선에서 탈락한 나라를 전쟁 중인 상대국 자리에 끼워 넣으려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가요. FIFA 회장이 "스포츠는 정치 밖에 있어야 한다"고 선을 그은 것은 이례적으로 강한 메시지였습니다. 실제로 FIFA는 잠폴리의 요청을 공식적으로 무시했습니다.

2026 월드컵 개막은 6월입니다. 이란 선수단이 미국 땅을 밟는 그 순간까지 이 이야기는 계속될 겁니다. 전쟁은 스포츠와 문화 교류마저 집어삼킵니다. 이란 선수들은 자국과 전쟁 중인 나라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전쟁을 일으킨 쪽의 특사는 그들을 아예 퇴출시키려 했습니다. FIFA 회장의 한마디가 지금 가장 정상적으로 들립니다.

"스포츠는 정치 밖에 있어야 한다."


참고 자료: Financial Times (2026.04.22) / Euronews (2026.04.23) / Al Jazeera (2026.04.23) / RTE Sport (2026.04.23) / Yahoo Sports·Reuters (2026.04.22) / South China Morning Post (2026.04.23) / Fox News (2026.04.22) / CNN (2026.04.20)